풀뿌리 민주주의 수단,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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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은 약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이다. 이것은 생산기능을 최대화하며 그 작업을 계산 가능한 상호작용 작업으로 분할한다. 또 이것은 작업들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라고 DAO를 설명한다.
글로벌 협동조합 DAO
DAO는 개인 간 협업을 자동화하고 예측 가능한 코드를 이용해 신뢰를 부여하는 수단이니, 종래 인류사회에 있었던 협업모델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도 두레나 계와 같은 품앗이 문화가 있어왔고, 민간의 계는 아직도 개인 간 금융수단으로 잔존해 있다.
최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출품했다가 새 주인을 찾은 ‘금동삼존불감’의 구매자는 글로벌 문화 애호가들의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헤리티지 DAO'라고 한다. 헤리지티 DAO는 불감을 낙찰받는데 성공하고서도 그 소유권의 51% 지분을 다시 간송미술문화재단에 기부하면서 불감 자체도 재단에 영구 기탁했다. 법인격 문제로 실제 소유자는 싱가포르의 회사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와이오밍주는 DAO를 유한책임회사(LLC)로 분류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우리 법제하에서는 DAO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제가 없으니 우선 민법상 조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선통신, 인터넷, 그리고 민주주의의 역사
원격지의 개인과 개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1937년 모토로라(Mororola)의 연구원들이 양방향 라디오를 휴대화한 것이 시초이다. 무전기는 2차 세계대전에 군용으로 쓰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터넷 역시 1969년 미국 국방부의 고등연구계획(ARPA)의 주도 하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패킷 스위칭 네트워크가 1983년 TCP/IP를 통신규약으로 채택하면서 지금의 인터넷으로 진화했다. 무선통신과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방송, 그리고 인터넷은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서구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수백 년 전 시민혁명을 통해 민주헌정을 달성했지만, 그로부터 수백 년간 관리들의 지배를 벗어나지는 못해 왔다. 지역공동체를 넘어 큰 지역을 통솔하는 기술은 인류 역사를 통해 관리들이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축국들이나 최근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오만한 독재정부에 의해 지배받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을 잃게 만드는 전쟁을 일으키는 독재는 우리 인류의 적이다. 지금도 민주주의 발전이 느린 우리나라는 관리들의 시민사회 개입이 심하다. 왕정과 일제, 독재를 거쳐온 우리는 이제 관주주의(Bureaucracy)와 마지막 전쟁을 수행 중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그리고 DAO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DLT)을 기반으로 하므로 기본적으로 장부이다. 그 기록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기본으로 한다. 이 투명성은 신뢰의 기본이고 블록체인이 민주주의의 도구로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정 장부에 기재된 수량을 암호화폐(라 부르든 암호토큰이라 부르든)라 부르면 그 장부의 기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가치를 발생시킨다. 과거 조개껍질이나 돌멩이가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블록체인은 원래 장부기술이므로 거기에 특정한 기록을 해두고 계약으로 뒷받침하면 일정한 권리의 쉬운 소지증명 및 개인 간 유통수단이 된다. 여기에서 착안한 NFT는 디지털 아트로부터 시작해 세상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혁명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블록체인은 민주적 협동조합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가방, 칫솔, 공책, 연필, 옷, 모자를 아무리 소비해도 디즈니(Disney)가 부자가 될 뿐 우리가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를 구매하면, 디지털 아트 NFT를 구매하면 일종의 운명공동체에 가입하게 된다. 수많은 보유자로부터 지지받는 암호화폐는 가치가 상승하고, 다수의 사랑을 받는 디지털 아트는 그 NFT 보유자에게 부를 안겨다 준다. 이런 ‘자산’적 용도 이외에도 회원권, 신분증 등 장부기술로서 블록체인은 다양하게 쓰일 수 있으며 그중 블록체인의 본질에 어느 것보다 충실한 것이 바로 DAO라 생각한다.
DAO가 가져올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
DAO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자 조직이라 풀이할 수 있다. 일종의 그룹웨어(Groupware)인 셈이다. 필자도 워런 버핏과 점심비용 50억 원을 모금해 5명에게 점심 행운을 안겨주는 DAO(lunchdao.com)의 공동지갑서명자(Multi sig signer)로 참여 중이다. 무수한 DAO 프로젝트가 글로벌 관심 그룹들의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DAO는 점점 우리 일상의 소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역공동체의 이슈를 해결하는 것으로, 국가적 이슈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진화할 것이다. 동네에 쌓인 눈을 치우는 문제로부터, 비어 있는 개인 주차장이나 개인 차량과 주택을 공유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DAO가 무척 편리한 지역공동체 그룹웨어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공동사업을 DAO로 수행해 나가다 보면 결국 ‘분산화된 자율 회사(Distributed Autonomous Corporation, DAC)’가 출현하게 되고 ‘분산화된 자율 정당(Distributed Autonomous Party)’으로 진화될 것이다.
DAO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웬만한 지역공동체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토대로 기존 제도 전반을 지역공동체에 맞게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쉽게 분출해 낼 것이고, 이는 대의정치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직접 민주주의에 가깝게 진화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가 지역사회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도 10:1이다. 주민자치 그룹웨어로서 발달된 DAO는 지역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낮추게 할 것이다. 주민이 지역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주민이 낸 세금을 주민이 바로 사용하는 자치시대가 온다. 내가 1991년 인터넷을 접하고 느꼈던 개인의 사사로운 연결(P2P, Peer to Peer), 2014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접하고 느꼈던 개인의 정치적인 자유의 시대가 이제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본 콘텐츠는 5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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