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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투자자 보호, 후(後) 과세?” 진지한 과세 논의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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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투자자 보호, 후(後) 과세?” 진지한 과세 논의 시작해야“선(先)투자자 보호, 후(後) 과세?” 진지한 과세 논의 시작해야

미국의 세금 보고 시즌이 돌아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 과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암호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암호화폐 과세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22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고, 국회에 의해 결국 1년 유예됐다. 업계에서는 한숨 돌렸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가상자산 투자 수익 기준액’과 ‘금융 투자 수익 기준액’의 차이였다. 주식 등 금융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의 경우 5000만 원까지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암호화폐를 통한 수익의 경우 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 과세가 진행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합리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힘을 얻은 것이다.

마침, 2022년 3월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암호화폐 과세의 기준이 되는 투자 수익 범위를 기존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표를 얻겠다는 심산으로 보이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몰이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암호화폐, ‘법적 성질’ 먼저 확립해야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22일 국회 법률정보실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에 관한 미국‧유럽연합‧인도의 입법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외의 암호화폐 과세 입법 사례를 참고해 국내 암호화폐 과세 법안에서 논란이 됐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국내 암호화폐 과세가 논란이 됐던 가장 주요한 이유로 ‘암호화폐’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가상자산 투자 수익은 양도소득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과세에 있어서는 소득 구분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으며, 이로 인해 소득 방법과 과세 방법의 분류 불일치가 문제가 됐다”며 “이와 함께 금융투자소득과 유사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기타소득으로 구분해 공제금액과 이연공제에 차이가 발생해 조세평등주의를 해친다”고 분석했다.

결국 암호화폐 과세를 진행함에 있어 암호화폐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게다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봐도 이런 모호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공약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암호화폐 공약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후보는 없으며, 결국 정치권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의 부분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표만 얻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암호화폐 과세, 새로운 법 없어도 괜찮아”

지난 2021년 11월, 정치권에서는 보호 없이 과세는 불가하다는 주장과 함께 암호화폐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으며, 업권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굳이 특별한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과거 토큰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 만을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변호사는 “금융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해 과세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특히 암호화폐에 대한 분류나 관련 법 규제가 모호한 것은 국내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가 가능했던 이유는 암호화폐 투자수익을 일반 금융투자 소득과 동등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세 방안, 완벽하지는 않아

물론 현재 미국의 과세 방식이 완벽한 과세 방법은 아니다. 미국의 연방 국세청(IRS)은 지난 2014년부터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한 관련 지침을 만들고 과세를 진행하고 있는데, 조세 당국과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의 혼선으로 인해 실효적인 과세 체계가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관련 입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과 국내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암호화폐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암호화폐 과세 법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가 가능한 이유는 암호화폐를 ‘자산(Property)’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금융자산과 동등한 자산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며, 단순 보유만 하고 있을 경우엔 과세가 유보되고 손실금에 대해선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안 없이도 과세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아 과세 효율의 측면에서 다소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1년 5월, 암호화폐에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관련 개정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과도한 규제가 기술혁신과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발했으며 관련 규제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예고했다.

NFT 과세,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대체불가토큰(NFT) 역시 과세 관련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NFT를 가상자산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에서 시작해 자금 세탁의 수단이 되고 있는 NFT 과세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NFT를 과세하겠다는 결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NFT 시장으로 돈이 모이고 있기 때문에 NFT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NFT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전망이다. IRS가 직접적으로 NFT에 대한 세금 지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암호화 세금 소프트웨어 기업 코인트래커(CoinTracker.io)의 세금 전략 책임자인 셰한 찬드라세케라(Shehan Chandrasekera)는 “NFT 종류에 따라 과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드레세케라는 “미국 내 NFT의 경우 민팅을 통해 얻은 수익 역시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비의 경우 “NFT 발행 주체가 취미나 재미 삼아 NFT를 발행했다면 가스비가 비용으로 공제되지 않을 것이며, 사업을 위해 비즈니스 차원에서 민팅을 진행했다면, 가스비가 비용으로 포함돼 공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NFT를 통해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아 과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에서도 NFT 과세 논란이 있었던 만큼 미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최근 들어 해외의 사례 등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국내의 암호화폐 과세 담론이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지난 2021년 정치권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미루기만 했던 행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고 국내의 상황을 고려하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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