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BVI에서의 가상자산 규제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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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 BVI)에는 비트파이넥스(Bitfinex), 피나메트릭스(Finamatrix) 등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바 있다. 금융 규제기관인 FSC(Financial Services Commission)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이루어진 집합투자기구를 인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체들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서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하는 데 중점을 둔다. BVI에서는 일반적으로 BVI 회사법에 따른 영리 법인으로 ICO를 진행한다. 영리법인의 장점으로는 유연한 구조, 보다 자유로운 자금의 흐름, 나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아직 금융규제기관(FSC)이 ICO에 대한 어떠한 규제를 내놓은 바가 없다. 나아가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에 관한 특별한 정책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 BVI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에 관하여 시간을 갖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BVI에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특별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명시적인 제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법률을 내놓을 방침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법률안이 구비되지는 않았다. BVI 내에서의 블록체인 산업도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BVI에서는 가상자산을 법정통화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다. BVI 법률에 따르면, BVI의 법정통화는 미국 달러화이며, 그외 통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 BVI에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BVI 정부는 월렛 사업자인 라이프랩스(LifeLabs)와 제휴를 진행하였다. 본 제휴를 통해 BVI 정부는 만약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여 BVI의 법정통화 관리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상자산을 활용하여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BVI 정부가 가상자산에 보다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ICO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ICO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가 규제받지 않는 투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ICO로 발행하는 토큰이 증권이 아니라는 이유다. 하지만 토큰이 만약 투자의 지분을 표상하면서 투자자가 일상적인 업무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토큰은 증권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BVI의 증권 관련 규제는 SIBA(Securities and Investment Business Act 2010)의 규율을 받는다. SIBA에 따르면, 투자 관련 사업을 BVI 내에서 영위하는 자는 FSC의 허가를 취득하여야 한다. 투자 관련 사업은 넓게 정의되는데, 1) 직접 투자, 2) 투자 중개, 3) 투자 관리, 4) 투자 자문, 5) 투자 수탁, 6) 투자 일상 업무 관리, 7) 투자 거래소 운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 또한 넓게 정의된다. 1) 각종 지분, 2) 채무, 3) 지분 및 채무에 관한 권리, 4) 지분에 관한 징표, 5) 옵션, 6) 선물, 7) 차액 거래, 8) 장기 보험 등이 투자에 해당한다.
ICO를 통하여 발행한 토큰이 곧바로 투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SIBA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토큰이 증권이나 채무에 해당한다면, SIBA가 관여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개별적인 ICO의 사업 구조를 법적으로 검토해야만 해당 사업의 규제 적용 여부를 알 수 있다.
BVI의 자금세탁 관련 규제 또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관련된 자’가 진행하는 ‘관련된 사업’에 대하여 자금세탁 관련 규정이 적용된다. 관련된 자와 관련된 사업은 좁게 정의되는 개념이다.
만약 어떤 회사가 ‘관련된 사업(일반적으로 집합투자기구거나, 금전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금전 중개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FSC에 자금세탁 관련 내부 규정을 제공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관련된 사업’에 해당할 여지가 적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도 ‘관련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자금세탁관련 법규는 시시각각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는 계속 자금세탁 법규를 주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금전 전송 서비스에 해당할 경우에는 관련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금전 전송 서비스란 금전 또는 수표 교환, 여행자 수표 발행 등을 의미한다. 다만 전형적인 유틸리티 토큰이라면, 본 규제에 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틸리티 토큰과 법정화폐인 금전은 법적으로 다르게 취급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BVI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간략한 조세 제도이다. BVI에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특별한 과세 정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BVI에는 일반적으로 원천징수, 양도세, 소득세 법인세가 없다. 만약 가상자산사업자가 BVI 내에 부동산을 소유할 경우에는 인지세가 존재한다.
채굴 사업과 관련하여 규제나 과세가 존재하는 국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BVI에는 아직까지 채굴과 관련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환 규제 또한 가상자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BVI 법인 설립 시에는 최종수익자를 등기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수익자에 관한 정보는 비밀로 유지된다. 최종수익자 여부는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회사에 대한 소유권, 의결권, 이사진 임명권, 기타 회사에 대한 영향력 등으로 판단한다.
현재 BVI에서는 가상자산 상속 또는 증여에 관한 법규가 없다. 따라서 BVI에서 가상자산을 보유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상속에는 특별한 법적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BVI는 현재 가상자산 관련 법규가 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가상자산 규제를 피하여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써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BVI 관련 법률이 국내에서는 아직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은 점, 국내 과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점, 국내외 가상자산의 흐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점 등은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본 기고는 2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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